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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코로나19로 번 돈 내놔라"…다보스에 청구서 내민 옥스팜

'불평등이 사람들을 죽인다'는 옥스팜 보고서 표지

코로나19 2년, 하루 억만장자 1명 늘 때 극빈층은 1백만 늘었습니다.


지난 22일 전세계 최고 부자와 유력인사 2천여 명이 모이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Davos Forum 2022 또는 World Economic Forum 2022)의 개막에 맞춰 국제구호단체 옥스팜(Oxfam)이 '남의 고통으로부터 이익 챙기기(Profiting from Pain)'란 제목의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하고, 부자에 대한 증세를 촉구했습니다.

코로나19로 2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리는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옥스팜은 "전세계의 억만장자들이 다보스에 옵니다. 코로나19와 에너지, 식품가격 상승으로 '횡재'를 한 사람들입니다. 에너지와 식량 장사를 하는 억만장자들은 이틀마다 재산이 10억 달러씩 늘어납니다. 반면 비싼 식품과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고 밝혔습니다.

옥스팜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2020년 이후 2년 동안 전세계 억만장자는 573명이 늘어났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코로나19 변이가 나타났듯이 30시간 마다 1명씩 억만장자 변이(Billionaire Variant)가 탄생한 셈입니다. 전세계 억만장자 2천668명이 보유하고 있는 순자산은 12조7천억 달러로 지난 2년 동안 42%, 3조8천억 달러가 늘어났습니다. 코로나19가 만연한 24개월 동안 늘어난 이들 억만장자의 재산은 이들이 이전 23년 동안 불린 재산 규모와 비슷합니다. 억만장자들이 보유한 재산은 전세계 GDP의 13.9%에 해당하는 규모로 지난 2000년 4.4%의 3배가 됐습니다.

억만장자들의 재산 증가는 대부분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풀면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한데 따른 것입니다. 미국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모두 5조 달러를 투입했습니다.

가브리엘라 부커(Gabriela Bucher) 옥스팜인터내셔널 총재는 "억만장자들이 더 똑똑하거나 일을 더 열심히 해서 재산이 늘어난 것이 아닙니다. 근로자들은 더 열악한 환경에서 더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급여는 더 적게 받고 있습니다. 억만장자들은 수십년 동안 국가 시스템을 조종해 왔고, 독점과 사유화, 법과 근로자 권리 침탈을 통해 재산을 축적해왔습니다."고 주장했습니다.

옥스팜은 "양극화, 에너지와 식량가격 상승 등으로 올해 전세계에서 2억 6천3백만 명이 새로 극빈 층으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33시간마다 1백만명의 극빈층이 새로 생기는 것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99%의 소득이 줄 때 10대 부자의 재산은 배가 됐고(왼쪽), 불평등으로 4초에 1명 죽는다(오른쪽)

코로나19 2년 어떤 사람이 억만장자가 됐나?


옥스팜은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으로 저개발국가와 저소득국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과 달리 독과점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 의약산업에서 기업들이 기록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옥스팜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이익을 본 사람들은 식량과 농업분야 억만장자들로 지난 2년 동안 순자산이 45%, 3천820억 달러가 증가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식량과 농업분야에서 62명의 억만장자가 새로 생겼습니다. 다른 3개사와 함께 전세계 곡물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카길(Cargil) 일가에서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된 지난 2년 동안 억만장자가 8명 더 늘어 12명이 됐습니다.

석유와 가스, 석탄산업에 종사하는 억만장자의 순자산은 인플레이션 증가율을 제외하고 24%, 530억 달러가 증가했습니다. 세계 5대 에너지 기업 BP, 쉘(Shell),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엑손(Exxon), 셰브론(Chevron)은 1초에 2천600백 달러를 벌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의약품 분야에서 40명의 신규 억만장자를 만들어냈습니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Pfizer)와 모더나(Moderna)는 수십억 달러의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독점 생산하면서 1초에 2천 달러씩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남아공의 백인우월주의 정책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처럼 백신 아파르트헤이트(Vaccine Apartheid)에 의해 억만장자가 탄생한 셈입니다. 옥스팜은 "저소득 국가의 87%가 아직 백신을 충분히 맞지 못하고 있는데, 두 제약회사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복제약 생산단가의 24배가 넘는 가격을 청구하고 있습니다."고 밝혔습니다.

신기술분야에서도 많은 억만장자들이 탄생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Bill Gates),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Jeff Bezos),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Elon Musk) 등 기술분야 억만장자들의 전체 순자산은 9천340억 달러로 지난 2년 동안 물가상승분을 제외하고도 4천360억 달러가 증가했습니다.

억만장자 252명의 재산이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여성 10억 명의 재산보다 많다

옥스팜, "위기 극복을 위해 억만장자들에 90% 초과 이득세 부과하라"


옥스팜은 '양극화로 전세계에서 4초에 1명씩 사람이 죽고 있다'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으로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는 초대형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90%의 초과 이득세를 부과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엄청난 이익을 내는 32개 다국적 기업에 90%의 초과 이득세를 부과할 경우 2020년에만 1천40억 달러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옥스팜은 또 억만장자들의 엄청난 탄소 배출과 독점, 부의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영구적인 부유세도 도입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순자산 1백만 달러 이상에 연 2%, 10억 달러 이상에게 연 5%의 부유세를 부과하면 연간 2조5천2백억 달러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하면 23억 명을 빈곤에서 구제하고 충분한 백신 공급과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당초 인종과 계층 구분없이 공평하게(?)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던 코로나19는 빈곤한 나라, 가난한 계층, 유색인종 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는 불평등한 전염병(?)임이 드러났습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풀었던 돈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면서 미국을 선두로 세계 각국은 풀었던 돈을 회수하고 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정책에 돌입했습니다. 식량난과 재정난에 방글라데시 등 저개발국가들은 경제위기와 정치적 혼란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저개발국가와 저소득층들은 코로나19에 이어 다시 한 번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유세 도입은 아르헨티나에서 일부 시행됐지만 미국에서는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다른 선진국에서도 도입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됩니다.

환경 시위

옥스팜은 "부자 나라는 식량과 백신이 남아 돌지만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은 백신과 식량이 없어 목숨을 잃습니다. 기아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죽음도 정치적이고 인위적인, 사람들의 선택에 의한 것입니다. 부와 권력의 불균형에 의한 죽음은 빈곤층에만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불균형은 지구를 죽이고 있습니다. 죽은 지구에서는 누구도 번영을 누릴 순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대부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돈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돈이 자신들이 내야할 몫을 내지 않는 백만장자와 억만장자에게 있을 뿐입니다."라며, 누구도 회피할 수 없는 강력한 조세개혁을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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